[DBR/동아비즈니스리뷰] 얼마 전 연예인과 매니저가 함께 출연하는 방송에서 방송인 이영자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말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이영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말을 잘하려면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해요.” '듣는 것'은 상대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리고 뇌과학에서는 이것이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잘 듣는 방법은 무엇인지 DBR 265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좋은 감정을 주려면 '뇌'를 다뤄야 한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언제 그 사람에게 좋은 감정이 생겼는지, 좋지 않은 감정이 생겼는지를 생각해보자.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해서 싫었던 경우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이 들어줘서 싫은 경우는 아마 없을 것이다. 말을 잘 들어주면 상대방의 마음속, 더 정확히는 뇌에 나에 대한 호감이 형성된다. 이런 감정은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출처 네이버영화, 게티이미지뱅크 편집
우리 뇌에는 이성을 담당하는 영역과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 뇌과학 관점에서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의 뇌' 영역을 잘 다룬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편도체(amygdala)를 자극하지 않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나를 '잘 경청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줄까?
출처 DBR
1. 요청받지 않은 조언이나 평가는 하지 않는다.
최근 SNS에서 이런 내용의 글이 화제였다.
상대방이 요청하거나 바라지도 않았는데 조언이나 평가를 해준 경험이 있는가? 물론 상대방을 도우려는 선의가 컸겠지만, 뇌과학 관점에서 보면 이는 좋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조언이나 평가와 같은 외부 자극은 우리 뇌에 위협요소로 인지된다. 이는 상대의 편도체를 자극해 좋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활성화된 편도체는 우리 몸의 HPA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따라 부신에서 코르티솔(cortisol)과 아드레날린(adrenalin) 분비를 촉진한다.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면 기억력이 손상돼 정보 공유가 불가능해진다. 아드레날린 또한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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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은 정보 공유와 공감이 필요한 작업인데,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면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대화할 때 상대방이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조언이나 평가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
2. 'Yes, and...' 화법을 활용한다
그런데도 조언이나 평가를 해야 한다면 ‘Yes, and...’ 화법을 활용해보자.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칭찬하고 인정(yes)해주면서 자신의 조언을 추가(and)하는 방법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기업인 '픽사'에서 직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에 의견을 덧붙일 때 사용하는 원칙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방법이 왜 효과적일까? 칭찬하고 인정하면 편도체가 안정되기 때문이다.
“당신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덧붙여 말하면...”“좋은 점을 지적하셨습니다.또 이런 것들도 포함하면 더 좋을 듯합니다."
조언할 때는 위와 같이 대화해보자. 같은 말이라도 ‘아’와 ‘어’가 다르고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 법이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이 작은 차이가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결정적 차이를 만들 수 있다.
3.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또는 온 힘을 다해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흔히 ‘마음이 찢어지게 고통스럽다’라고 한다. 그런데 실체가 없는 마음이 다른 신체 부위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 뇌의 배측 전대상피질(dACC, 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전측 뇌섬엽(AI, anterior insula)이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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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역들은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곳이지만 사회적으로 거부당했을 때도 활성화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됐을 때, 즉 심리적 연결이 끊어졌을 때 느끼는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영역이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상대방과 내가 심리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느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내가 ‘잘 듣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도움이 되는 기법이 '백트래킹(backtracking)'이다. 백트래킹은 상대방의 말을 듣고 ① 마지막 문구를 반복하거나 ② 말을 요약하거나 ③ 주요 키워드를 되뇌는 것이다.
백트래킹의 예시
백트래킹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경청하게 된다. 따라서 백트래킹을 잘하면 상대방은 나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고 커뮤니케이션은 활기를 띠게 된다.
19세기 영국에 유명한 정치가 두 명이 있었다. 글래드스턴(William E. Gladstone)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로 두 사람 모두 총리를 지낸 당대의 지성인들이었다. 어떤 여성이 이 두 사람과 각각 식사한 후 두 사람을 비교했다고 한다. “글래드스턴과 식사를 하고 난 후, 그가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디즈레일리와 식사를 한 뒤에는 ‘내’가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누가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하는 사람이었을까? 아마도 자신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잘 들어준 디즈레일리가 아니었을까? 상대방을 대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조언이나 평가하지 않고 상대방의 언어로 잘 들어주는 것’이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란 입이 아니라 귀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혜의 고전 『탈무드』에서 말하는,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이기도 하다.
*미표기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터비즈 임혜민, 박은애 정리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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