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5일 월요일

대한민국 경기도 남양주 숯불고기 곁들인 도토리 국수

숯불고기 곁들인 도토리 국수

입력 : 2014.08.15 09:00

[맛난 집 맛난 얘기] 
경기도 남양주 광릉입구 <풍양국수집>

구황식물에도 등급이 있다면 메밀은 도토리에 명함도 못 내민다. 쌀이나 오곡에 비하면 메밀도 격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엄연히 밭에서 키운 작물이고, 도토리는 그야말로 메밀조차 먹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먹었던 구황식물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도토리로 구황했던 기록이 있다. 이는 일제 강점기에 들어오면서 왜놈들의 수탈정책으로 더 심화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흉년이 들면 도토리는 풍년이었다고 한다. 하늘도 차마 최소한의 인간 연명줄을 끊어버리진 못했던 모양이다. 옛날에는 굶주림의 끝에서나 먹었던 도토리가 최근엔 건강식품으로 거듭났다. 경기도 광릉 국립수목원 인근 <풍양국수집>은 도토리국수 전문점이다. 
이웃과 정 나누던 도토리묵, 건강식품 도토리국수 바통 이어
도토리는 구황용으로도 먹었지만 별식으로도 적잖이 먹었다. 가을이면 꼬맹이들은 동무들과 함께 바구니 끼고 온 산을 헤매고 다니면서 도토리를 주웠다. 주워온 도토리는 따가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마당에서 말라갔다. 잘 마른 도토리를 넙적 돌로 문지르면 껍질이 쉬 벗겨졌다. 이렇게 껍질 벗긴 도토리는 장독대 물 항아리에 모았다. 항아리에 차츰 차오르는 도토리를 보면 흐뭇했다.

물 항아리가 완전히 꽉 차면 엄마는 맷돌에 물 먹은 도토리를 갈아 녹말을 냈다. 이 녹말을 말려두었다가 필요할 때 묵을 쒔다. 한겨울 출출한 밤, 화투를 치는 어른들에겐 더 없는 요깃거리였다. 동네에 혼인이나 환갑 잔치하는 집이 생기면 묵을 쒀서 나무 함지에 담아 부조를 했다. 요즘처럼 봉투에 지폐 몇 장 넣어주는 것에 비하면 번거롭고 투박하지만 그 정성과 들인 품은 비길 바가 못 된다. 
 비빔국수
비빔국수
도토리묵은 우리네 서민과 오래 친숙했지만 도토리국수는 생소하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1974년에 강원도 인제에서 도토리국수를 개발했다는 기사와 1975년에 충남 아산에 도토리국수 새마을 공장 건립 기사가 있다. 이로 미루어보면 본격적으로 도토리국수가 등장한 것은 대략 1970년대 중반부터 인듯하다. 물론 이때만 해도 도토리국수는 국가정책인 식량증산 차원의 식량자원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부터 건강식품으로 새롭게 주목 받았을 것이다.

도토리는 잦은 설사가 있거나 배가 부글부글 끓는 사람, 수분대사가 좋지 않아 몸이 자주 붓는 사람에게 좋다. 무엇보다도 도토리의 아코닉산이라는 성분은 사람의 체내에 쌓인 중금속을 배출해준다고 한다. 이른바 디톡스 효과다. 열량도 매우 낮아서 그 옛날 배에 기름기가 없었던 사람이 구황식으로 먹었을 때는 만족도가 높지 못했을 듯하다. 그러나 과체중으로 고생하는 현대인에게 도토리는 복음의 식재료가 아닐 수 없다.
풍양국수, 즉석 제면한 면발을 멸치 육수에 말아 숯불고기와 함께 먹어
<풍양국수집>은 도토리로 만든 국수 세 가지와 도토리묵이 메뉴의 전부다. 그야말로 도토리 국수 전문점이다. 메밀이나 도토리나 오랜 ‘구황’의 딱지를 떼고 최근 건강식재료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메밀은 찬 성질 때문에 체질적으로 꺼리는 사람이 있다. 도토리는 이런 사람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메밀과 달리 도토리에는 떫은 탄닌 성분이 들어있다. 그러나 가공 과정에서 거의 제거되어 생 도토리를 먹었을 때 느끼는 떫은맛은 없다.
 냉국수
냉국수
풍양국수(물 국수), 비빔국수, 냉국수가 있는데 여기에 돼지고기 숯불고기(150g)를 곁들여 8000원이다. 그러니까 국수+숯불고기의 세트메뉴다. 그 어떤 식재료보다 열량이 낮은 도토리국수인데다 심심한 국수 맛의 특성에 임팩트를 주는 요소로서 숯불고기는 아주 맞춤 하다. 선육후면으로, 고기와 면은 서로 상보적 관계다. 이 집은 이걸 한꺼번에 냈으되 먹는 사람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취하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은 면과 고기를 동시에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한다. 

풍양국수는 비빔국수나 냉국수도 마찬가지지만 주문과 동시에 바로 직접 반죽해 국수를 뽑아서 삶아낸다. 다른 재료 없이 오직 양질의 멸치로 낸 국물에 면을 말아낸다. 채 썬 오이와 유부, 당근에 대파와 김 가루가 올라간다. 특히 흰목이버섯은 마치 하얀 날개 옷을 입은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살포시 앉은 모습 같다. 흰목이버섯의 하얀 색감이 국수 그릇 안에서 액센트 구실을 한다. 졸깃하게 씹히는 느낌도 국수 먹는 맛을 더 나게 해준다. 구수한 멸치국물 맛과 적당한 탄성과 연성의 면발이 조화를 이룬다.

더러는 국수 국물에 숯불고기를 넣어 먹기도 한다. 국물에서 나는 고기 불향이 면에 스며드는데 이 맛을 즐기려는 것이다. 온면인데다가 생면으로 뽑은 면발이어서 쉬 분다. 풍양국수는 가급적 빨리 먹는 게 좋다.

 숯불고기와 비빔국수
숯불고기와 비빔국수
막바지 더위엔 역시 비빔국수와 냉국수
비빔국수는 여름철 입맛 돋우는 최고 공신이다. 비빔국수의 핵심인 양념장은 조미료 넣지 않고 천연재료로만 만들었다. 설탕 대신 매실청으로 단맛 내고 배, 마늘, 양파, 고춧가루에 간장을 소량 넣었다. 약간의 육수와 상추, 치커리 등 채소가 외곽에서 도토리 면발을 감쌌다. 여기에 고명으로 올린 치자 물들인 무채, 양파, 오이, 당근이 각각 우리 전통색감인 다섯 가지 오방색을 표출해낸다. 다채로운 색감이 식감을 자극한다. 마지막으로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맛을 냈다.

국수를 비벼먹은 뒤 남은 양념에 밥을 청해 마저 비벼먹는 고객도 있다. 이 집 비빔국수는 국수에 채소와 숯불고기까지 가세해 고른 영양성분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는 메뉴다.

냉국수는 요즘 같은 더운 여름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 냉국수는 온국수인 풍양국수와 내용물과 육수가 같지만 차가운 냉육수를 쓰는 점이 다르다. 같은 육수인데도 평양냉면 먹는 느낌의 심심함이 얼핏 스친다. 부드럽게 빨리는 면발과 담담하면서 은근한 구수함이 깔린 맛이 좋다. 국내산 배추와 고춧가루로 직접 담근 김치도 제 맛을 내준다. 너무 시지 않고 적당히 아삭한 무초절임은 국수 먹는 데 크게 기여한다.

도토리국수 삼형제 외에 사이드 메뉴로 도토리묵이 있다. 도토리묵은 반 접시에 8000원, 한 접시에 1만5000원이다. 국수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먹기 좋다. 식당 인근에 광릉과 국립수목원, 휘경원, 봉선사 등 볼거리가 많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바람도 쐴 겸 들르기 좋은 집이다.
<풍양국수집>경기도 남양주시 광릉수목원로 179-25,  031-575-8814

기고= 글, 사진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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