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메뉴
고추장은 된장, 간장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양념 중 하나다. 어느 누구에게도 친숙한 맛이라는 의미다. 된장 못지않게 쓰임새도 다양하다. 각종 매운탕, 장아찌, 나물 등 어느 요리든 맛을 살려 준다. 저장도 용이하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 이렇듯 최상의 식재료인 고추장을 이용해, 가정에서 끓여냈던 ‘고추장찌개’ 메뉴로 외식 산업의 틈새시장에 도전하는 집을 찾아가 봤다.
고추장찌개, 틈새시장에서 빼꼼히 모습 드러내 자리매김 중얼큰하고 톡 쏘는, 그리고 자극적인 음식이 그리울 때 떠올리는 메뉴가 고추장찌개다. 고추장을 적당히 풀고 고춧가루도 좀 넣어 갖은 양념으로 간을 해서 끓여 내면 어떤 재료를 사용해도 감칠맛 나는 음식이 된다.
고추장으로 끓이는 만큼 고추장의 맛이 찌개의 맛을 좌우한다. 고추장찌개를 좀 더 얼큰하게 끓이려면 고춧가루와 마늘, 파 등을 섞어 잠깐 삭혀 두었다가 넣으면 된다. 맛이 한층 깊고 알싸해진다. 고추장을 너무 많이 풀면 국물이 텁텁하고 재료의 맛을 살리기도 어렵다. 따라서 고추장의 양을 조절해가며 끓이는 것이 맛을 내는 포인트다.
고추장을 이용해 끓일 수 있는 찌개도 다양하다, 돼지고기, 감자, 오징어, 북어, 두부나 버섯 등을 이용해 각각 고추장찌개를 끓일 수 있다. 고추장의 붉은빛은 식욕을 돋워주므로 식탁에서 보글보글 끓이면서 먹으면 식사 손님을 이끌어 올 수 있다. 고추장을 푸는 방법은 재료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는 처음부터 고추장으로 양념해 끓인다. 누린내를 잡고 고기에 맛을 배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북어나 동태 등을 넣을 땐 처음부터 고추장을 넣고 오래 끓이면 시원한 맛이 감한다.
고추장찌개는 시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 앞에 흔하게 판매되고 있지 않았다. 고깃집에서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된장찌개 대신 고추장찌개를 사이드 메뉴로 내는 집은 간혹 있었지만, 의외로 고추장찌개는 맛내기가 쉽지 않다.
몇 군데에서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고추장찌개를 내는 집들이 있다. 이들은 ‘틈새시장’에서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며 식객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서울 신촌의 <옛집>과 남양주 장현로에 위치한 <보루개>가 그 중심에 섰다. 얼큰한 두 집 고추장찌개를 먹으러 대학생이 몰리기도 하고, 향수를 지닌 중·장년층까지 찾아오는 식당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01 | 서울 마포구 <옛집>
돼지고기 푸짐히 넣은 고추장 뚝배기, 대학생 사이에서 배불리 먹는 집 입소문
돼지고기 푸짐히 넣은 고추장 뚝배기, 대학생 사이에서 배불리 먹는 집 입소문
<옛집>은 상호의 느낌대로 가옥도 오래 돼 보이고 주인장도 외할머니 같아 왠지 정감이 가는 집이다. 서울 신촌 젊음의 거리에 고즈넉이 자리한 소박한 밥집이다. 주방 입구 다양한 메뉴들도 가정식으로 가득 채웠다. 그 중 고추장찌개(6500원)가 눈에 들어 왔다. 여기저기 식탁에는 고추장찌개를 드시는 손님이 주를 이뤘다. 함박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날 젊은 연인들이 고추장뚝배기를 가운데 놓고 나눠 먹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나온 고추장찌개! 우선 양을 보고 놀란다. 찌개 속에 들어있는 돼지고기 살코기는 어림잡아 반근은 되어 보인다. 고기 맛도 잡내가 전혀 없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국물 맛을 따로 내지 않아도 돼지고기가 이정도 양이면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 감자는 분이 나서 맛있는 ‘남작’을 적당히 익혔다. 호박과 두부도 듬뿍 넣었다. 대형 뚝배기에 한 가득이다. 뒷맛도 달짝지근한 게 감칠맛이 그만이다. 술안주로 내어도 손색이 없다. 여자가 혼자 먹기엔 많은 양이었지만 특별한 맛에 그릇을 비웠다. <옛집>의 고추장뚝배기는 충분히 단독 메뉴로 승산이 있다. 올해로 문을 연 지 30년째 정순덕(78세) 할머니는 주변 대학생들의 배를 채워줌과 동시에 정도 함께 채워 주고 있다. 가수 빅뱅의 사인이 눈에 띤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신촌로10길 6 전화 (02) 336-6782
02 | 경기도 남양주 <보루개>
옛 지명을 딴 상호, 이유 물어 한 번 더 상기
흔치 않은 고추장찌개 집으로도 관심 끌어
옛 지명을 딴 상호, 이유 물어 한 번 더 상기
흔치 않은 고추장찌개 집으로도 관심 끌어
이 집은 텁텁할 수 있는 고추장찌개를 부드럽고 깔끔하게 끓여 낸다. 주인장은 기존에 운영하던 이집을 인수해 올 4월부터 새 주인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전 주인이 쓰던 레시피가 조미료 맛이 강해서, 조미료를 줄이거나 사용하지 않았더니 단골손님이 급격히 줄어 초창기에 울기도 많이 했다”고 김남희 대표는 회고한다. 흔들림 없이 소신껏 운영한 지금은 손님층이 많이 바뀌었고 새로운 단골도 늘었다. 경기도 남양주 장현마을 옛 지명을 따서 지었다는 상호 <보루개>는 오는 이마다 이유를 물어 다시 한 번 더 가게를 상기시키고 있다. 또 고추장찌개를 하는 집으로도 관심을 끈다. 고추장찌개(6000원)는 메인메뉴는 아니지만 요즈음 방문 손님과 배달 주문이 빈번하다. 한번 먹어본 이들은 다시 찾는 메뉴라고 한다. 이 집만의 특별한 고추장찌개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졌다. 멸치, 다시마, 북어머리, 고추씨, 마른 표고버섯, 파뿌리 등을 우려 칼칼하면서 시원한 육수를 낸다. 자칫 걸쭉할 수 있는 고추장 국물의 텁텁함을 감하기 위해서다. 고추장은 약간 단맛이 가미된 것을 쓴다. 부드러운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 소고기도 넣는다. 애호박과 두부를 넣어 한소끔 끓여 뚝배기 째 낸다. 고추씨 때문인지 첫술이 톡 쏘는 맛이다. 고추장찌개는 주문 즉시 일일이 따로 끓인다. <보루개>는 특히 반찬이 맛있다. 마늘쫑볶음 하나를 봐도 색과 마른새우의 바삭함이 살아 있다. 메추리알과 두부를 넣어 간장으로 조린 장조림도, 깍두기의 맛도 나무랄 데 없다.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장현로 77 장현프라자 전화 (031)571-4056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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