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집 맛난 얘기]
경기도 신갈 <레드 쭈꾸미>
가을이 좋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탱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예부터 귤에 견줘 탱자의 열등함을 드러내려 애썼다. 그럴수록 작고 귀여운 탱자의 보드라운 감촉과 은은한 향기에 금세 매혹되고 만다. 주꾸미도 마찬가지다. 같은 문어목 문어과에 속하는 문어나 낙지에 비하면 몸집이 부실하고 볼품없는 건 분명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꼴뚜기까진 아니어도 인간 세상의 평가가 박하다. 그렇지만 알이 통통한 봄 주꾸미며, 가을 주꾸미 쫀득한 맛은 천하의 문어와 낙지라도 따를 재간이 없다. 경기도 신갈의 <레드 쭈꾸미>는 주꾸미에 자연스런 불맛을 가미했다.
주꾸미가 맛있게 익는 시간, 1분 30초!
점심시간이면 이 집 주방에서는 건장한 남성 조리사 세 명이 벌겋게 달아오른 웍(볶음용 무쇠 팬)과 씨름한다. 마치 중식당 주방을 연상케 한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불을 맞으며 금방 웍이 달아오르면 웍을 잡은 조리사의 팔뚝과 얼굴도 달아오른다. 한창 달아올랐을 때 칙 하는 소리와 함께 주꾸미가 웍 안으로 투입된다. 마치 담금질할 때 무쇠를 물속에 넣는 소리처럼 파열 마찰음이 한순간 지속된다.
그것도 잠시, 마치 키를 까부르듯 조리사의 현란한 손놀림에 주꾸미는 잠깐 사이에 빨간 옷으로 갈아입는다. 빨간 양념장은 간장과 세 가지 고추장으로 구성됐다. 고추장은 각각의 임무를 띠고 있다. 매운맛의 태양초 고추장, 고소한 맛을 내주는 찹쌀 고추장, 이들의 맛을 보완해주는 일반 고추장이다.
점심시간이면 이 집 주방에서는 건장한 남성 조리사 세 명이 벌겋게 달아오른 웍(볶음용 무쇠 팬)과 씨름한다. 마치 중식당 주방을 연상케 한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불을 맞으며 금방 웍이 달아오르면 웍을 잡은 조리사의 팔뚝과 얼굴도 달아오른다. 한창 달아올랐을 때 칙 하는 소리와 함께 주꾸미가 웍 안으로 투입된다. 마치 담금질할 때 무쇠를 물속에 넣는 소리처럼 파열 마찰음이 한순간 지속된다.
그것도 잠시, 마치 키를 까부르듯 조리사의 현란한 손놀림에 주꾸미는 잠깐 사이에 빨간 옷으로 갈아입는다. 빨간 양념장은 간장과 세 가지 고추장으로 구성됐다. 고추장은 각각의 임무를 띠고 있다. 매운맛의 태양초 고추장, 고소한 맛을 내주는 찹쌀 고추장, 이들의 맛을 보완해주는 일반 고추장이다.
주꾸미볶음에 강원도에서 공수한 초당순두부, 그리고 블루베리 소스로 맛을 낸 샐러드와 국내산 돼지로 만든 큼지막한 떡갈비까지 합세한 쭈꾸미세트가 1만 1000원이다. 여기에 고급 원두커피나 한방차까지 마실 수 있다. 쭈꾸미세트에서 샐러드와 떡갈비를 뺀 점심특선(8000원)도 마련했다. 점심특선은 두 사람 이상, 오후 3시까지 주문 가능하다. 점심시간에 초당순두부를 곁들인 주꾸미볶음으로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초당순두부에 샐러드와 떡갈비, 멋진 커피 한 잔까지
고소한 초당순두부는 맛도 색깔도 우유를 닮았다. 주꾸미의 매운맛 공격이 더는 참을 수 없을 때 잠시 편안한 피신처가 되어준다. 천일염 간수로 두부를 떠, 입자가 부드럽고 쓴맛이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순두부 자리를 묵사발이 차지했다. 하절기에는 강원도산 도토리묵으로 만든 묵사발을, 동절기에는 초당순두부를 낸다.
주꾸미 볶음은 반찬 삼아 먹어도 되지만 비벼먹어야 제 맛이 난다. 우선 각자의 밥주발에 주꾸미 볶음을 적당량 넣은 뒤 무채와 콩나물을 넣고 쓱쓱 비빈다. 무채와 콩나물에는 일부러 식초를 넣지 않았고 간도 미약하게 했다. 주꾸미와 섞였을 때 주꾸미 맛을 가려버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잘 비빈 밥을 날 김에 싸먹으면 김 향기가 더해 색다른 주꾸미 맛을 즐길 수 있다. 떡갈비와 초당순두부는 각각 알콜 램프와 가스레인지로 가열해 여럿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먹어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커피는 2층에 마련한 다실에서 마신다. 커피 전문가가 직접 볶은 커피 원두를 쓴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을 위해 한방차도 준비했다. 삼지구엽초, 인진쑥, 표고, 감초, 대추 등을 넣고 우려냈다. 향기도 그윽하지만 거의 보약 수준이다. 이 집 2층의 다실은 비록 2층임에도 마치 고층빌딩 스카이라운지 같은 느낌이 든다. 탁 트인 유리로 된 벽면에 수확을 끝낸 밭과 마지막 가을 옷을 입은 산이 꽉 차게 들어온다.
정물화 같은 밭과 산 사이를 경부고속도로가 직선을 그으며 지나간다. 도로엔 서울과 부산을 향해 질주하는 버스, 승용차, 화물차가 정중동의 살아있는 그림을 연출한다.
<레드 쭈꾸미>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용구대로 214, (031)693-9091
기고= 글 이정훈, 사진 이한길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소한 초당순두부는 맛도 색깔도 우유를 닮았다. 주꾸미의 매운맛 공격이 더는 참을 수 없을 때 잠시 편안한 피신처가 되어준다. 천일염 간수로 두부를 떠, 입자가 부드럽고 쓴맛이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순두부 자리를 묵사발이 차지했다. 하절기에는 강원도산 도토리묵으로 만든 묵사발을, 동절기에는 초당순두부를 낸다.
주꾸미 볶음은 반찬 삼아 먹어도 되지만 비벼먹어야 제 맛이 난다. 우선 각자의 밥주발에 주꾸미 볶음을 적당량 넣은 뒤 무채와 콩나물을 넣고 쓱쓱 비빈다. 무채와 콩나물에는 일부러 식초를 넣지 않았고 간도 미약하게 했다. 주꾸미와 섞였을 때 주꾸미 맛을 가려버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잘 비빈 밥을 날 김에 싸먹으면 김 향기가 더해 색다른 주꾸미 맛을 즐길 수 있다. 떡갈비와 초당순두부는 각각 알콜 램프와 가스레인지로 가열해 여럿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먹어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커피는 2층에 마련한 다실에서 마신다. 커피 전문가가 직접 볶은 커피 원두를 쓴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을 위해 한방차도 준비했다. 삼지구엽초, 인진쑥, 표고, 감초, 대추 등을 넣고 우려냈다. 향기도 그윽하지만 거의 보약 수준이다. 이 집 2층의 다실은 비록 2층임에도 마치 고층빌딩 스카이라운지 같은 느낌이 든다. 탁 트인 유리로 된 벽면에 수확을 끝낸 밭과 마지막 가을 옷을 입은 산이 꽉 차게 들어온다.
정물화 같은 밭과 산 사이를 경부고속도로가 직선을 그으며 지나간다. 도로엔 서울과 부산을 향해 질주하는 버스, 승용차, 화물차가 정중동의 살아있는 그림을 연출한다.
<레드 쭈꾸미>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용구대로 214, (031)693-9091
기고= 글 이정훈, 사진 이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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