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집 맛난 얘기]
서울 도봉구 <보해가>
요즘엔 보신이라는 말이 좀 낯설어졌다. 보신탕이나 몸보신이라는 말이 일상에서 흔히 쓰였던 예전에 비하면 한결 그런 느낌이다. 보신주의라는 사회적 용어는 아직도 뉴스에 오르내리지만 보신이란 말은 이전 시대만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먹을거리를 통한 보신이 절실했던 시대가 지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울 창동 <보해가>는 보신이 되는 음식과 해독이 되는 음식을 표방하고 소고기보신전골과 명태 코다리찜을 선보인다.
재래된장과 엄나무로 맛을 낸 소고기보신전골
<보해가>가 소고기로 만든 보신탕은 소고기보신전골(2만8000원)이다. 소고기 사태 살과 함께 깻잎, 대파, 팽이버섯, 부추를 넣고 된장을 풀어 끓였다. 다 끓은 뒤에 들깨를 넉넉히 뿌렸다. 소고기만 빼면 보신탕에 들어가는 식재료 그대로다. 조리방식도 보신탕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식사용 메뉴인 소고기보신탕(6000원)도 있다.
- 소고기보신전골
<보해가>는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소고기보신탕과 소고기보신전골 맛에 악센트를 줬다. 바로 탕에 들어가는 된장을 공산품이 아닌 재래 된장으로 맛을 낸다.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인근의 지인이 파주 콩으로 담근 된장을 확보하고 이를 사용한다. 사실 보신탕 맛의 8할은 된장 맛이다. 예전 시골 마을에서 추렴으로 보신탕을 할 때면 유독 맛있게 끓여내는 집이 따로 있었다. 그런 집은 역시 장맛이 뛰어난 집이었다. 주인아주머니가 개 냄새 풍긴다고 손사래를 쳐도 동네 사람들의 간청에 떠밀려 결국 보신탕을 끓여내곤 했다. 된장은 그만큼 보신탕 맛에 절대적인 존재다.
재래된장 사용과 함께 이 집은 사골국물을 낼 때 엄나무를 넣는다. 한방에서는 엄나무를 피가 잘 돌게 하고, 통증을 완화하며 종기를 낫게 할 목적으로 쓴다고 한다. 또한 신경통, 요통, 관절염에도 좋다고 한다. 탕을 먹으면서 그런 효과까지 기대하는 손님은 드물 것이다. 다만 예전부터 보신용 음식에 썼던 재료를 넣어 국물을 내는 것에서 주인장의 음식에 대한 정성을 엿볼 수 있다.
딱딱하지 않은 코다리찜에 낙지초무침 등 찬류도 화려
찬류로 포진한 음식의 면면도 화려하다. 손님 숫자대로 내오는 메밀만두에 새콤 달콤 매콤한 낙지 초무침, 상큼한 레몬 소스에 찍어먹는 소고기 홍두깨살 튀김, 매일매일 담근 아삭한 배추 겉절이, 집간장으로 간을 맞춰 구운 가지구이 등이다.
- 코다리찜
명태와 함께 해독에 좋다는 마늘을 다량 넣은 것도 다른 코다리찜과 차별화된다. 앞으로는 추가로 볶은 마늘을 고명으로 올려 지금보다 더 마늘 함량을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명태와 마늘은 일찍이 인산 김일훈도 그 효능을 언급한 바 있다.
한식당으로는 드물게 이 집은 24시간 영업을 한다. 미리 예약하면 음식 솜씨가 좋은 주인장이 건 찬류 몇 가지를 더 내준다고 한다. 주차는 2시간 무료다. 오후 늦은 시간, 노부부와 자녀로 보이는 일가족이 땀 흘리며 소고기보신전골을 들고 있다. 부모님의 몸보신을 생각해 자녀가 모시고 온 듯 했다. 옆에서 보는 사람까지 마음이 따뜻하다. 여름철이 아니어도 저렇게 열심히 먹을 수도 있구나 싶다. 손님들이 나눠먹은 건 분명 몸보신용 소고기보신전골이지만 마음까지 보해줄 ‘보심탕’임에 틀림없다.
<보해가> 서울시 도봉구 창동 659-29, (02)908-1141
기고= 글, 사진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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