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집 맛난 얘기]
경기 안양 평촌 <청춘별곡>
연어처럼 가수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과 주자(朱子)의 글귀가 다시 돌아오는 계절이다. 샌님인 주자가 소년들에게 공부 좀 하라는 말끝에 계전오엽이추성(階前梧葉已秋聲)이라 했다.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은 벌써 가을임을 알리네’ 정도의 뜻이다. 만추의 정취를 온전하게 드러내기엔 둘 다 진부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을이 깊어지면 다시 꺼내보게 되는 노래이고 잔소리다. 중년을 넘긴 사람은 가는 세월을 더 빠르게 느낀다. 평촌의 <청춘별곡>은 그 속도와 자신과의 간극을 메우기에 좋은 고깃집이다.
삼겹살에 곁들인 명란젓, 부드럽게 넘어가네
본래 이 집 주인장은 10년 넘게 지금의 자리에서 음악 바를 운영했다. 그 자신 클래식 기타와 플릇 연주자이기도 해서 가끔 연주회도 연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고깃집으로 변신했다. 업종은 고깃집으로 바꿨지만 청춘의 감성은 그대로 살렸다. 복고풍 인테리어에서는 70년대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자연스럽게 삼겹살이나 목살에 소주가 당기는 분위기다.
- 삼겹살과 목살
이 집에선 삼겹살과 목살은 국내산 유명 브랜드육을 쓴다. 원육은 도축 후 7일 정도 1차 숙성시킨 것을 사선으로 칼집을 내 다시 3~5일 정도 2차 숙성을 시켰다. 숙성을 끝낸 두툼한 삼겹살과 목살은 잡내가 없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이 두드러진다. 한돈목살과 한돈삼겹살은 1인분(150g)에 1만원이고, 한돈항정살은 1인분(150g)에 1만2000원이다.
이 집 고기 맛의 핵심은 명란젓에 있다. 마늘, 고춧가루 등 여러 가지 양념으로 맛을 낸 명란젓에 청양고추와 다진 마늘을 고명으로 얹고 참기름을 둘렀다. 젓갈류가 돼지고기와 찰떡궁합임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젓갈은 좋지만 꿉꿉한 냄새까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명란젓은 이 틈새를 비집고 나온 삼겹살과 목살 소스다. 특히 젊은 층이나 여성 가운데 젓갈은 좋지만 젓갈의 냄새는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명란젓은 젓갈의 특성은 살리되 꿉꿉한 젓갈 특유의 냄새를 없애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짭짤한 맛과 진한 감칠맛은 여느 젓갈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다른 젓갈들이 겉껍질이나 비늘 때문에 거친 느낌인데 비해, 명란젓갈은 아주 부드럽다. 군내나 군더더기 맛이 없고 혀와 입 안에서 불협화음이 없다. 문제는 값이 비싸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명란젓을 내놨을 때는 손님들이 쌈장인 줄 알고 그다지 먹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단골손님을 중심으로 명란젓의 제 맛을 아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 명이나물 등 찬류
명이나물 등 찬류 푸짐, 1000원이면 식사까지 끝!
명이나물을 한 장 집어 펼쳤다. 삼겹살과 목살을 놓고 명란젓을 젓가락으로 찍어 묻혔다. 파절이를 넉넉히 놓은 뒤 잘 싸서 먹었다. 새우젓이나 갈치속젓, 혹은 멜젓과 함께 먹을 때와는 또 다른 삼겹살과 목살 느낌이 났다. 입 안에서 부서지는 고기와 명란젓이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섞였다. 역시 비린내나 잡내가 없어, 처음 삼겹살을 배우는 아동이나 외국인이 먹기에 좋을 듯 했다. 아예 두 번째부터는 쌈채소나 장아찌 없이 막바로 명란젓에 찍어먹었다. 좀 더 명란젓 본연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참기름 향이 조금 세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명란젓 외에 소금에 찍어먹는 고객을 위해 안데스 소금도 구비했다. 해발 3700m의 공해 없는 남미 안데스 산맥 고산지역에서 채취한 소금이어서 뒷맛이 깔끔하다. 고깃집으로서는 밑반찬류인 장아찌 맛이 좋고 종류가 다양하다. 또한 깻잎 장아찌를 기본으로 갖가지 재료로 장아찌를 담가 번갈아 돌아가면서 내놓는다. 최근에는 갓, 양파, 마늘쫑, 마늘, 방풍나물 등으로 만든 장아찌가 자주 오른다. 도중에 떨어진 찬류나 쌈채는 셀프바에서 가져다 먹는다.
고기를 먹고 나서 ‘밥배’가 허전하면 1000원에 된장찌개와 밥을 먹을 수 있다. 멸치 육수로 끓인 된장찌개는 맛이 구수하다. 밥은 무한리필로 제공해 든든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식사메뉴로 두루치기와 김치찌개를 할인 판매한다. 오후 2시까지 두루치기는 7000원에서 6000원으로, 김치찌개는 6000원에서 5000원으로 각각 음식값을 1000원씩 에누리해준다.
- 삼겹살과 목살, 명란젓
대기업에 근무했던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주인장은 한 번도 클래식 기타와 플릇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 회사를 그만두고 음악 바에서 고깃집을 하는 동안 그의 머리도 차츰 희끗해졌다. 그가 구워주는 삼겹살에서 가을 냄새가 진하게 퍼졌다. 잘 익은 삼겹살은 입 안에서 소주와 섞였고, 쌉쌀한 듯 구수했다. 옛 선현들이 말한 인생의 맛이 이런 것은 아닌가 싶었다. 빈 잔을 내려놓으며 문득 단가 사철가 가운데 한 대목이 떠올랐다.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이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청춘별곡>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대로 223번길 27(호계동 1047-2) 범계타워 2층, 031-387-7201
기고= 글,사진 이정훈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이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청춘별곡>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대로 223번길 27(호계동 1047-2) 범계타워 2층, 031-387-7201
기고= 글,사진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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