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3일 금요일

5.000원짜리 저렴한 고등어 무조림의 미덕

5,000원짜리 백반의 소박한 즐거움

입력 : 2014.05.21 09: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서울 서초구 <밥플러스>

평양냉면과 평양만두, 이젠 귀족 음식?
지난주에 아내와 점심을 먹으러 평양냉면집에 갔다.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인데 강남에 새로 오픈했다 한다. 장인어른 고향이 평안도라서 그런지 아내는 만두를 선호하며, 장모님도 서울 분인데 만두를 자주 해먹었다고 한다. 서울 출신 필자도 만두를 좋아하기는 매한가지. 아내는 무척 알뜰한 편이지만 만두 가격에 대해서는 인심이 후하다. 새로 오픈한 평양냉면집 만두와 평양냉면 가격은 각각 1만1000원이다. 만두 가격 치고는 너무 비싸다. 브랜드와 명성의 영향력이 가격에 반영된 결과다. 서울 시내 유명 평양냉면집 만두와 평양냉면 가격이 1만원을 넘은 지 오래고 이제는 1만 1000원 이상 시대에 돌입했다. 가격적으로 침묵의 카르텔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새로 오픈한 평양냉면집 만두와 평양냉면은 이름값에 걸맞게 맛있었다. 우리 일행 세 명이 만두 한 접시와 평양냉면 세 그릇을 먹었는데 식비는 모두 4만 5000원. 1인당 1만 5000원이다. 비싸다. 더욱이 발레파킹비 1000원은 손님이 부담해야 한다. 한가할 때는 발레파킹 할 필요도 없는데 발레파킹 비를 손님에게 전가하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식당에 다시 올 것 같다.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제대로 된 평양냉면집이기 때문이다. 1인당 객단가가 1만5000원~2만 원 정도 하는 음식이라면 서민의 음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제 평양냉면은 중산층 이상의 음식이다.

5,000원짜리 저렴한 고등어 무조림의 미덕 
그날 저녁, 사무실 인근의 작은 백반집 <밥플러스>에서 아내와 고등어 무조림과 황태탕을 먹었다. 이 집의 모든 식사 메뉴 가격은 5,000원이다. 오피스텔 지하에 있는데 15평 미만의 작은 식당이다. 얼마 전 주인이 바뀌면서 리뉴얼 했고 새로 온 주인장은 40대 여성이다.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신속하고 얼굴에 늘 웃음기가 돈다. 인상도 좋다. 경영 개선 컨설팅을 많이 진행했던 필자의 안목으로 여주인은 식당 운영을 잘할 체질을 타고났다. 

 반찬들
반찬은 손님이 직접 담아 먹는데 오히려 이것이 편하다. 먹고 싶은 반찬을 마음대로 갖다 먹을 수 있는 이 시스템이 부담 없다. 반찬은 대체로 나물과 채소 중심이다. 나름 건강식 찬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은 상추가 나왔다. 대부분의 식재료는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구매한다고 한다. 만일 업주가 식재료를 중간유통을 통해 구매하면 원재료비가 높아진다. 주인의 부지런한 발품 덕분에 손님은 좋은 음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식사를 외식으로 해결하는 필자와 아내는 채소와 나물이 풍성한 식당이 반갑다. 식사를 주문하니 주인이 계란프라이를 부쳐서 갖다 준다. 아마 저녁 한가할 때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 같았다. 우리 부부 외에 노인 두 분이 식사를 하나만 주문하고 막걸리 추렴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주류를 안 팔지만 노인들이 부탁하면 인근 마트에 가서 막걸리를 사온다고 한다. 


 고등어 무조림과 황태탕
고등어 무조림은 가격을 감안하면 양이 넉넉하다. 약간 짭조름하지만 밥 반찬으로는 그만이다. 양이 야박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반찬도 전체적으로 간이 강하지 않고 조미료도 많이 넣지 않았다. 인근 식당에서 조미료를 과다 사용해 한 번 가고 안 가는 터였다. 조미료에 아주 민감한 우리 직원이 그 식당의 조미료 과다를 얼마 전 언급했다. 가벼운 이야기지만 손님은 그런 것을 의외로 잘 기억한다. 필자는 조미료에 관대하지만 그래도 과도하게 쓰는 식당은 피하게 된다. 무엇이든 적당한 균형감이 중요하다. 

황태탕은 심심하니 마치 집에서 먹는 맛이다. 해장으로도 딱 좋다. 황태탕 역시 양이 넉넉하다. 노인들이 세월호 사건 등 열변을 토하면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점심에는 만두와 평양냉면으로 비싼 식도락을 즐겼지만 5,000원에 넉넉하고 소박한 밥상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면식(麵食)은 저렴하고 반식(飯食)은 비싸다고 인식한다. 즉 면저반고(麵低飯高)가 우리네 통념이다. 그러나 오늘은 완전히 정반대로 면고반저(麵高飯低)의 하루였다.

지출내역(총 2인) 고등어 무조림5000원) +황태탕(5000원) = 1만원 
<밥플러스> 서울 서초구 마방로 10길 25 트윈타워 A동 지하 (02)3462-5989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음식점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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