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규찬 교수,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 러프버러 디자인 스쿨
우리나라 국민이면 어디에 살고 있든 이번 세월호 사고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저는 영국에서 살고 있지만 특별히 십대 자녀를 가진 부모로서 희생자 가족들의 슬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국에서 지난 11년동안 시스템 안전(systems safety)라는 주제로 여러 전공 (심리학, 사회학, 공학, 디자인)의 동료 교수들과 같이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쳐 오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나누는 것이 혹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몇 자 적어 봅니다.
영국은 철저한 안전관리(Health & Safey)로 명성 또는 악명 높은 나라 입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경기장 공사 기간 중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근대 올림픽 공사 역사상 첫 기록이라고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데이비드 케머런 총리가 경제개발을 더디게 하고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안전 (Health & safety)관련 절차, 법규들이라며, 이런 것들을 다시 검토하겠다고까지 공약하였습니다.
제 연구는 주로 의료 시스템의 안전과 관련되지만, 안전사고에 관련한 최근 일반적인 연구와 몇몇 영국 사례들이 세월호 사고를 어떻게 바라볼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적어 봅니다.
1. 희생양 찾기 (Blame culture)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례 우리는 누구의 잘못인지를 먼저 따지려고 합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선장의 잘못인지, 회사의 잘못인지, 해경의 잘못인지, 정부의 잘못인지를 집약적으로 파고 들고, 따지고, 거기에 우리의 분노, 실망, 답답함을 표출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일차적인 자연스러운 반응이겠죠.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데만 급급하면 사고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놓치기가 쉽습니다. 특히 많은 경우에 사고의 원인은 개개인의 실수, 태만 뒤에 있는 훨씬 더 큰 사회 시스템 요소들(조직 문화, 회사의 전략, 경영 스타일, 업무 보상 체계, 정책, 법규, 사회 전체 시스템과 문화)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 사회 시스템의 문화를 구성하고 만들어 낸 일원으로서 그 시스템의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 의료 시스템의 문화도 오랫동안 희생양 찾기(blame culture)나 숨기기(hiding culture)였습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능하면 동료들끼리 서로 숨기고 쉬쉬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는 희생양을 찾아서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고가 발생되는 순간에만 비난의 화살을 몇몇 개인/조직에게 퍼 붓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잊어버리고, 비슷한 사고들이 계속해서 발생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희생양을 찾는 문화(blame culture) 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의 석학인 호주의 시드니 데커 (Sidney Dekker) 그리피스대 교수는 'Just culture'라는 책에서 "정직한 실수 (honest mistake)"를 한 사람이 과도하게 처벌받게 된다면 안전 관련자들에게 더 주의하려는 마음보다는 조금이라도 잘못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어떠한 사고든 숨기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문화를 만들게 되어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물론 사고와 직접 관련된 개인과 조직이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 의료시스템에서는 책임을 져야 할 개인들에게 "정당한 책임 (fair blame)"을 묻고, 전체 시스템에서 대한 분석, 고찰과 개선 노력도 같이 균형 있게 진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2. 배우는 조직 (Learning organisation)
시스템 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실패와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희생양 찾기 문화가 전체 시스템적인 교훈을 배우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을 깨닫고, 배우는 조직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였습니다.
영국 의료 시스템의 안전을 개선하고자 2000년에 영국 정부가 발행한 보고서의 제목이 '기억력 있는 조직'(Organisation with a memory)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현업에 있는 분들이 모든 잘못된 경우 (크고 작은 사고뿐만 아니라 사고 직전의 상황[near miss])들을 지속적으로 보고, 수집, 분석하여 학습할 수 있는 문화와 메커니즘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매일 매일하는 업무 속에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을 정착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제안 합니다. 그 이후로 영국 정부가 National Patient Safety Agency라는 조직을 만들고, 전국적으로 의료 사고 및 사고 직전의 상황(near miss)에 대해서도 의료진이 쉽게 reporting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어떻게 전국, 지역, 조직 및 개인 차원에서 사고, 실수, 실패로부터 배우는 문화와 메커니즘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고/학습 시스템을 통해 새롭게 발생되는 위험 요소에 대해 신속하게 파악, 응대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시스템, 정책 개발하는 곳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3. 안전 규정 무시하기 (Non-compliance)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계속 안전 규정들을 무시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근본적으로 왜 그러는지 대해 최근 연구가 많이 진행 되었습니다. 이 분야의 또 다른 세계적 석학인 덴마크의 에릭 호나겔 (Erick Hollnagel) 교수는 많은 경우에 사람들이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해주고, 심지어는 역설적으로 더 안전하게 만들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한 예로 노동쟁의의 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이 안전 규정을 정확히 지켜 전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용납하기 힘든 정도로 안 좋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가끔씩 어떨 때는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는 똑같은 행위가 공교롭게도 사고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특별히 의료 시스템에서는 너무 많은 안전 규정들이 존재하여 무시하지 않고는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안전 규정을 지키고, 지키지 않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하는 일들 중에서 안전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하는 일들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4. 큰 변화를 위한 첫 걸음
안전이라는 것이 이렇듯 매우 복잡한 현상입니다. 단순하게 안전을 생각하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냥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데만 집중하게 되는데, 사실 안전사고는 매우 복잡한 요인들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거쳐 발생된 부산물입니다. 특별히 안전에 관련한 연구는 인간, 사회, 기술에 대한 이해가 같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공학, 디자인, 사회학, 심리학을 연구하시는 분들이 같이 모여서 반드시 융합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하여 연구를 하거나, 현업에서 안전 관련 업무를 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안전 관련 종사자들이 일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단기적인 실적이 최 우선되는 사회에서는 금전적인 실적을 내기보다 손실이 없게 유지한다는 일에 대해 사람들의 인정받기가 힘든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거나, 뭐가 좋아졌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어려움, 복잡함이 있기에 안전이라는 문제는 비전, 인내, 헌신이 없이는 지속적으로 추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경우에 사고 희생자의 가족과 친지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안전 관련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두 가지 예를 알려 드렸으면 합니다. 우선 첫째로는 영국에 있는 7년 된 자선 캠페인단체, Clinical Human Factors Group (CHFG)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2005년 비행기 기장이던 마틴 브롬리는 아내 일레인을 의료 사고로 잃게 되었습니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일반적이고 간단한 수술이었는데 전신 마취 과정에서의 문제와 처리 과정의 미숙함으로 어처구니 없게 일주일 만에 일레인은 생명을 잃게 됩니다.
그 당시 작성된 사고 조사 보고서를 본 브롬리는 그의 아내의 죽음은, 비록 경험 많은 의료진들이 있었지만, 그 날 의료진들은 기본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의료기구를 제대로 제 때 사용하지 못했고, 상황에 대한 오판을 했고, 적절한 결정을 내리지도 못했고, 예상치 못한 비상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은 많은 사고가 그렇듯이 이 사고도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문제였습니다. 마틴은 남겨진 어린 두 아이를 키우기도 바빴지만, 항공기 기장으로서 그리고 인간공학 전문가로서 와이프를 앗아간 의료사고가 교훈이 되어서 의료 시스템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그런 비슷한 의료 사고들이 비일비재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의료 시스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과 전체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스템 개선 (Human Factors approach)을 해야 하는 중요성을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2년동안 의료인들을 설득하다가, 2007년에 본인이 나서서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없을 거라는 것을 깨닫고 자선 캠페인 단체를 만듭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이 단체는 관련 분야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여 대형 병원을 돌아다니며 정기적으로 오픈 세미나를 하고, 의료인들의 교육과정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을 하고, 교육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최근에는 영국 의료 기관장들로부터 Human Factors approach를 제대로 적용하겠다는 협약을 맺고, 이것을 책임지고 추진하는 수장을 임명하게 되었습니다. 변화라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인데 마틴이라는 분의 장기적인 인내, 비전, 헌신을 통해서 더 안전한 의료시스템으로 변화해 가고 있고, 지속적으로 어떻게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 것인지 대해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일레인의 의료 사고에 연루된 담당자들은 현업으로 복귀하여 마틴과 함께 의료 안전 전도사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예는 1989년에 영국 중부 세필드라는 도시에 있는 힐스버러 축구장 사고입니다. FA컵 준결승시에 발생된 압사로 96명(78명이 십대와 이십대)의 생명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후 영국 축구장 안전 문화는 그 가족들과 친구들이 중심이 되어 많은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이Hillsborough Family Support Group (HFSG), Hillsborough justice Campaign (HJC)을 구성하여, 사고 후 경찰과 뉴스로부터 왜곡되어 묘사된 희생자들의 오명을 회복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지만, 대중들이 사고를 기억하게 하고 안전을 향상시키는데도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2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4월 중순이 되면 프리미어리그 모든 경기전에 1분간 힐스버러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을 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올 4월에 기성용 선수가 있는 선더랜드 축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할 기회가 우연히 있었는데 마침 힐스버러를 기억하는 1분 묵념하는 시간을 축구 경기 전에 가졌습니다. 사고 10년이 지난 후에야 매년 1분 묵념하는 요청이 받아진 것처럼 희생자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비전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지속적으로 하나씩 변화시켜 오고 있습니다.
제한된 자원과 서로 상충되는 목적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회에서 세계 어느 곳에도 완벽하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도 많은 분들이 안전을 위해서 희생을 무릅쓰고 열심히 역할을 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변화의 물결을 바른 방향으로 잡아가는 것이 남은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꿀 경우에는 어쩌면 우리에게 많은 불편함이 올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고민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단기적인 시장 경쟁력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런 불행한 사고들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공감하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부터 오는 또 다른 희생을 용납하는 사회가 될 때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참고로 어쩌면 사고 발생이 줄어 든다 하더라도, 우리는 뭐가 좋아졌는지 알기 힘들 수도 입니다.
사회의 모든 변화가 그렇듯이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뉴스 속의 아이들의 영정 사진을 보면서 메어지는 가슴이 한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큰 사회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바라고,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변화의 시작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 보았습니다.
전규찬 교수·영국 러프버러 대학교 러프버러 디자인 스쿨
Human Factors and Complex Systems Research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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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학자 1074명 세월호 참사 성명 발표 “신자유주의 규제완화와 민주적 책임 결여가 근본문제”
- 워싱턴|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해외 학자 1074명이 세월호 참사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와 민주적 책임 결여가 근본적 문제”라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요구했다. 이번 성명은 해외에서 한국 문제와 관련해 발표한 성명 중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남태현 솔즈베리대 정치학과 교수, 김선미 뉴저지 라마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5명의 학자는 13일 오후 워싱턴 내셔널프레스 클럽에서 1074명의 해외 학자들을 대표해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 울리는 경종’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세월호 참사가 단순히 비도덕적인 선장과 선원들의 개인적 일탈 행위의 결과일뿐만 아니라 최근 진행되고 있는 규제 완화와 민영화, 정부의 무능력과 부패에서 비롯된 미비한 구조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다섯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남태현 솔즈베리대 정치학과 교수 등 5명의 학자가 13일 오후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해외 학자 1074명이 서명한 세월호 참사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현진 매릴랜드대 박사과정, 신용윤 버지니아커먼웰스대 생물통계학과 교수, 남태현 교수, 김선미 뉴저지 라마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재은 조지메이슨대 사회학과 교수. 워싱턴/손제민 특파원
5가지 요구사항은 ▲생존자, 희생자와 이들 가족에 대한 적극적 치유와 정당한 배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가장 기본적 의무임을 인식하고 세월호 비극에 책임질 것 ▲세월호 비극의 원인을 정확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독립적 특검 및 특별법 도입 ▲최근 진행되는 무분별한 공적 규제 완화와 민영화 정책을 철폐하고 안전 등 공익에 관한 규제 강화 ▲방송 장악과 언론 통제를 위한 일체의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언론 자유를 보장할 것 등이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는 국민 모두의 공익과 안전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기업의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민영화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경제적 이윤과 효율이라는 명분 하에 사람 자체를 수단시하는 이익집단이라면 그것은 기업들 간의 카르텔일 뿐이지 정부라는 이름으로 불리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 와중에 정부는 잦은 고장으로 말이 많았던 고리 원전을 재가동했다”며 “국가 전체 전력생산의 1%만 차지하는 고리 원전 재가동을 온국민과 동북아 주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시하는 것은 청해진해운의 이익을 위해 승객의 목숨을 희생시킨 것보다 더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혹시나 정부의 책임론이 확산될까봐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난 상황반을 설치해 방송 및 인터넷을 모니터링하고 방송사를 ‘조정통제’(이후 ‘협조요청’으로 수정)하는 등 사실상 언론 검열과 여론조작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손석희 앵커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 작업에 한가닥 희망을 준 이종인 다이빙 벨을 소개하는 인터뷰를 뉴스에서 방영했다고 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징계를 추진 중인 사실은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방송 장악과 인터넷 통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더이상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일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남윤주 뉴욕 버펄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유종성 UC샌디에고 정치학과 교수 등 6명의 교수가 최초 발의자이며 이들은 본인의 활동 영역에서 e메일 등을 통해 해외에 있는 다른 동료 학자들에게 성명 참여를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7일 미국 업체인 위블리에 서명 웹사이트(http://sewolscholars.weebly.com/)를 개설해 청원을 받기 시작했다. 엿새만인 12일 서명한 학자가 미국, 캐나다, 에티오피아, 싱가포르, 대만, 벨기에 등에서 10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배포한 서명자 명단을 보면 해외 대학에 교수직을 가진 사람은 577명, 박사후 과정 또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 등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163명, 박사 과정 중이거나 박사를 마치고 아직 취업하지 못한 사람이 334명이다.
이들 중에는 세계적 문화인류학자로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의 저자인 노마 필드 시카고대 명예교수와 영국의 한국학 연구자 케빈 그레이 서섹스대 교수 등 외국인 교수들도 동참했다. 노마 필드 교수는 “나는 이 성명서가 이번 참사의 배경과 관련해 신자유주의의 인간 비용을 지적한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리처드 행콕스 콩코르디아대 교수는 “만약 이 참사가 한국 정부 관료들의 자식들이 수학여핵 중 당한 일이었다면 그들은 어떤 감정일지 상상하면서 관료들이 이 이슈를 인지하기 바란다”고 했다. 신라 슈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안전에 대한 기본적 인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내 친구들에게 한국을 가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한국에 안전이 결핍됐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하며 한국 여행을 할 10대 친척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는 중차대한 문제다”고 말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재은 조지메이슨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가 이 성명을 발표하고 나면 어딘가에서 또 국가적 비극과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얘기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만약에 그렇다면 이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대한민국의 시민이자 사회학자로서 구조적 문제가 무엇이고 정치적 책임을 끈질기게 추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용윤 버지니아커먼웰스대 생물통계학과 교수는 “통계학자가 무슨 정치적 견해가 그렇게 많이 있겠느냐. 하지만 이것은 상식에 관한 문제”라며 동참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한국과 관련해서 해외 학자들이 성명을 낸 적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지만 이렇게 많은 숫자가 성명에 동참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글린 데이비스 6자회담 대표 등을 초청해 이뤄진 ‘남북한 그 다음은?’ 세미나에서도 세월호 문제가 중요하게 등장했다. 이 자리는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주로 논하는 자리였지만 미국 PBS 기자가 첫 질문을 “한국은 저런 참사를 겪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예전의 그 모습(business as usual)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나?”라고 던진데서 비롯됐다. 이에 패널리스트 중 한 명으로 나온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한국은 금융위기 때도 개혁을 하고 넘어갔듯이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개혁을 해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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