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生과 死를이어주는 파주 '서인의 땅'

生과 死를 지나 이어지는 길, 그것이 선비의 道

입력 : 2014.05.22 04:00

파주 '유학자의 길'- 심학산, 자운서원, 화석정, 파산서원


 파주 '유학자의 길'- 심학산, 자운서원, 화석정, 파산서원
율곡 이이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1615년 창건된 ‘자운서원’. 앞쪽 건물은 유생들이 묵던 일종의 기숙사인 동재(東齋)와 서재(西齋)다. 동재엔 양반, 서재엔 평민·서얼이 묵었다. 정면에 보이는 ‘강인당’에서 강학이 열렸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길에서 누가 "도(道)를 아십니까" 묻는다면, 일단 도망치는 게 맞다. TV에서 김보성이 아무리 "의리!"를 외쳐도 공허할 따름이다. 공자가 아침에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한 '도'라곤 해도, 사람됨의 기본이라는 의(義)와 리(理)라 해도 사이비가 많은 탓이다. 그럼에도 심중에 이 두 자를 골몰하게 된다면, 하루쯤 선비의 마음으로 걷고 싶다면, 갈 길이 있다. 경기도 파주에 조성 중인 이른바 '유학자의 길'이다. 평생의 친구 구봉 송익필과 우계 성혼, 율곡 이이의 우정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파주, 서인(西人)의 땅
군부대의 총성, 임진각에 선 실향민을 떠올리기 쉽지만, 파주는 숱한 조선의 흔적을 품는다. 파주에 있는 총 37개의 경기도지정문화재 중 27개가 조선시대 것인데, 특히 조선 중기에 기운이 가장 흥했다. 붕당 정치의 복판에서 서인의 주 무대였기 때문이다. 서인의 삼현(三賢)으로 추앙받는 구봉과 우계, 율곡도 이곳에 살며, 살던 곳의 지명을 호(號)로 삼았다.


 파주 '유학자의 길'- 심학산, 자운서원, 화석정, 파산서원
우계 성혼의 위패를 봉안한 ‘파산서원’전경. 임진왜란과 6󌈝전쟁 때 소실돼 1966년 사당만 복원했다. 서원 앞 고목은 여전히 살아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여정의 처음은 심학산으로 한다. 구봉 때문이다. 파주출판단지를 껴안은 194m의 야트막한 이 산의 옛 이름이 바로 구봉산(龜峰山)이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구봉은 천출(賤出)이었고 가난했으나, 사계 김장생이 평생 스승으로 모실 정도로 학식이 높았다. 선비의 낮은 어깨처럼 산은 엎드린 거북 모양이다. 정상까진 30분이면 돌지만, 2009년엔 능선을 따라 7㎞의 둘레길이 조성돼 2시간 정도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둘레길은 폭이 1.5m 정도로 경사가 급하지 않고, 흙은 부드럽다. 구봉의 시 역시 그랬는데, 허균이 "어찌 인간의 말이라 하겠는가"며 찬탄했을 정도로 유려했다. 정상에 올라, 구봉이 내려다봤을 임진강과 파주 평야의 풍광을 눈에 담는다.

우계는 지금의 파평면, 율곡은 옆 동네 법원읍에 살았다. 심학산에서 파주역을 지나 20여분 달려야 닿는 곳이다. 생가는 없어도 흔적은 남았다. 월롱산 기슭 용주서원으로 간다. 1598년 백인걸을 추모하기 위해 지방 유림이 세운 서원이다. 우계와 율곡은 청백리였던 백인걸 밑에서 동문수학했다. 서원 앞에 마침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거닐다 보면 '동몽선습'이라도 한 권 펼치고 싶은 기분이 된다.

◇도가 있으면 나아가고, 없으면 물러나 숨는다
통일로를 타고 문산 방향으로 15분쯤 달리면 임진강 허리에 닿는다. 여기 '화석정'이 있다. 율곡이 벗들과 함께 시를 짓고 학문과 음식을 나누던 정자다. 6·25전쟁 때 불타 1966년에 새로 지었는데, 현판 글씨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썼다. 화석정 옆에서 560년 된 느티나무가 그늘을 드리운다. 화석정 매점을 운영하는 신사임당의 아버지 신명화의 16대 후손 신동균(78)씨도 22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다. 묵묵히 제 자리 지키는 고마운 풍경이다. 정자 안 편액엔 율곡이 여덟 살 때 지었다는 '팔세부시'(八歲賦詩)가 새겨져 있다. '강은 만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었네….' 임진강이 느릿느릿 획을 늘인다.


 파주 '유학자의 길'- 심학산, 자운서원, 화석정, 파산서원
임진강에서 잡은 참게를 아귀찜 양념에 버무려 쪄낸 ‘참 게범벅’ / 정상혁 기자
화석정 지척에 임진나루가 있다. 매년 10월 축제를 열 정도로 참게가 유명하다. 차로 5분쯤 달려 '임진 대가집'에 닿는다. 만화가 허영만이 그린 '식객'에 등장하는 맛집이다. '참게범벅'을 주문한다. 아침 통발로 잡아올린 참게를 담수에서 잡물을 빼 아귀찜 양념에 찐 것이다. 매콤하고 달달한 것이, 미나리·콩나물 등속과 버무려져 독특한 향취를 낸다. 참게를 간장에 담근 '참게장'도 짜지 않고 살맛이 선명하다. 선비들은 화선지를 펴 게를 즐겨 그렸는데, 게 껍질을 뜻하는 '갑'(甲)이 과거 급제를 뜻하기 때문이다. 게의 별명은 횡행개사(橫行介士), 임금 앞에서도 할 말 하는 강직한 선비다.

게딱지를 비우고, 과거 급제만 아홉 번 했다는 율곡의 자운서원으로 간다. 율곡은 세 지음(知音) 중 유일하게 벼슬에 적극적이었다. 그의 위패 앞에 방명록이 놓여 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훌륭한 위인이 되겠습니다'라거나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글이 쓰여 있다. 그 밑엔 아버지가 '두 아들이 위의 글처럼 돼가는지 지켜보겠다'고 남겨놨다. 율곡의 초상화가 웃는 얼굴이다.

근처 파평리엔 우계를 기리는 '파산서원'이 있다. 화석정에서 37번 지방도로를 타고 10분쯤 올라가면 나온다. 조선 말 서원 철폐령에도 살아남은 전국 47개 서원 중 하나인데, 지금은 거의 방치돼 있다시피 하다. 건강이 좋질 않았던 우계는 벼슬을 탐탁지 않아 했다. 서원에 당도하면, 가장 먼저 앞뜰 앞에 버티고 선 거대한 고목(古木)을 마주하게 된다. 죽었나 싶지만, 나무 오른쪽 옆구리에 이파리가 하나 올라와 있다. 새순이다.

◇묻혀서도 이어지는 유학의 길
무덤은 사람의 생전을 비춘다. 우계와 율곡의 무덤 모두 파주에 있다. '파주이이유적'안에 율곡 가족묘가 있다. 13기의 묘 중 율곡이 가장 꼭대기에 묻혔다. 그 밑엔 이이의 맏형, 그 밑에 아버지 이원수와 신사임당의 합장묘가 있다. 자식이라도 부모보다 벼슬이 높으면 위에 묻었고, 그게 예(禮)였다. 364번 지방도를 타면 채 10분이 안 걸리는 곳에 우계의 묘도 있다. 병약했던 우계는 유언으로 "묘비에 이름과 본관 다섯 글자만 넣으라"는 말을 남겼다. 아들은 여기에 세 자를 첨했다. 구봉은 전국을 떠돈 터라 심학산 어디에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으나, 1991년 후손들이 심학산 밑자락 산남동에 그를 기리는 유허비(遺墟碑) 하나를 세웠다.

선비의 봉분 앞엔 문인석 한 쌍, 비석 하나가 전부지만 뜻은 이어진다. 무덤가에 하나같이 엉겅퀴나 민들레 같은 풀꽃이 돋아 있다. 그것들이 저마다 자꾸 씨를 날린다.

 生과 死를 지나 이어지는 길, 그것이 선비의 道
파주이이유적은 자운서원과 율곡 가족묘, 율곡 기념관을 모두 품고 있다. 입장료 1000원,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031)958-1774

참게범벅은 임진나루 근처 참게 요리로 유명한 '임진 대가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크기에 따라 6만5000~8만5000원. '참게장'은 한 마리씩 판다. 1만8000원. (031)953-5174

파주 유적 
조선의 명재상 황희의 묘, 황희가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 삼아 만년을 즐긴 반구정을 포함해 구암 허준 묘, 파주향교, 교하향교 등 파주엔 조선의 역사와 관련된 유적이 많다. 문의 파주시청 문화관광과. (031)940-435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카오디오 집에서 듣기

[출처]  1.  카오디오 집에서 듣기 | 작성자  프레군 2.  카오디오 집에서 사용하기 | 작성자  kimura 3.  http://blog.daum.net/idrlee/13203194   | 작성자 맘편한넘  4.  dcj73 님의 마이지식   <준비물> 첫째, 카오디오 출력상 A/C-D/C컨버터(통칭 아답터)를 정격 12V에 적어도 3A이상의 용량으로 전파상에서 구입한다. (약 1만원정도 투자, 아답터의 전압이나 전류가 낮으면 카오디오의 조명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음질도 잘 안나옵니다.) 둘째, 스피커 통상 4옴으로 공칭시키므로 4옴스피커 2개 -2체널 사용 셋째, 오디오 ( 참고로 순정 헤드라 하더라도 앰프가 오디오와 별도로 장착된 모델들은 (앰프가 문짝에 한  개씩 장 착이 되었거나 트렁크등에 설치된것들...) 헤드유닛 자체에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는  출력부가 없으므로 앰프까지 가져와야 소리를 들을수 있습니다. 이런 오디오를 가지고 시도하신다면 다른 글을 찾아 읽어세요! 아래 글은 오디오에 파워엠프가 장착된 기준으로 설명한 글입니다.   < 간략 설명 > 1. 저는 집에서 놀고 있는 예전 어디에 쓰는 아답타 인지는 모르겠지만, 굴러댕기는거 사용했습니다. 12V 1.5A 짜리 입니다. 기존에 안쓰시는 구형 아답타 있으시면 쓰시면 됩니다. 자동차용 카오디오는 11V~14.5V 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동작하므로 굳이 12V 아답타를 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간혹 15V 아답타가 있으시다면 대전력용 다이오드(3A이상이면 좋겠죠 ^^ 없으시면 0.5A짜리 6개 병렬연결하셔도 됩니다) 하나 구하셔서 + 쪽에 직렬 연결 하시면 다이오드에서 약 0.7V는 전압강하가 일어납니다.   만약 컴퓨터 파워서플라이를 재활...

대한민국 (황금레시피)배추겉절이 김치 만드법

전용뷰어 보기 봄에는 새 김치로 입맛을 돋궈요 ♬ [ 배추겉절이 김치 만드는법 ] 주말 잘들 보내셨나요?! 주말이 지나니 어느덧 3월도 3번째 날이네요.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겠죠? :) 주말엔 바람이 조금 쌀쌀하긴 했어도 햇볕이 완전 봄이더라구요. 포근하니~ 처음으로 4식구가 근처 공원에 바람 쐬러도 다녀왔다죠. 아직은 바람이 조금 쌀쌀해 오랜시간 산책하지는 못했지만, 좀 더 따뜻해지면 자주 다녀야겠어요~ 요즘처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환절기. 이럴때는 묵음 김장김치 대신  금방 담근 배추겉절이 가 많이 생각나요. 갓담근 배추겉절이김치 하나면 밥한그릇 그냥 뚝딱 할 수 있거든요 :) 저는 개인적으로 그냥 밥에 물말아서나 아님 시래기국에 말아서 겉절이랑 먹는거 엄청 좋아한다는 ㅎ 보기만해도 군침이 꿀꺽~ 저희 남편은 어린이 입맛이라 김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요 배추겉절이만큼은 엄청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날씨 따뜻해지는 요 무렵에 겉절이김치를 종종 만들어 주곤하죠 :)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배추겉절이김치~! 해장국집에서 주는 그느낌으로?! 맛있게 만드는법 알려드릴게요~    준비하세요~! 배추 1 포기 소금1줌반 <양념> 찹쌀풀 : 찹쌀가루2큰술 + 물1컵반 멸치액젓8큰술 + 고춧가루밥그릇1공기 +  설탕2큰술 + 다진마늘3큰술 +  다진생강1큰술 + 통깨  먼저 배추를 한통 준비해주세요. 들어봤을때 묵직한  녀석이 속이 꽉 찬것이니 구입하실때 꼭 들어보고 구입하세요~ 그리고  뿌리쪽이 약간 오목하게 들어간게 ...

중성지방 줄이는 방법

중성지방   줄이는 방 법 좀 알려주세요~~!@! 고 중성지방 혈증은 탄수화물과  지방 산을 많이 섭취하면 혈액 내에  중성지방 의 농도가 높아져 생기게 되고, 음식의 과량섭취와 음주 및 운동부족이 원인입니다. 예방 및 치료 핵심 1) 포화  지방 산 및 단순당 차단  : 육류의 기름, 마가린, 쇼트닝, 달걀, 우유, 버터 등 포화 지방 산이 많은 음식과 사탕및 초콜렛을 피해야 됩니다. 2) 좋은 조리 법  : 음식을 튀기거나 볶아 먹는 것을 줄이고, 대신 삶거나 쪄 먹는것이 좋습니다. 3) 약물치료  :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면 의사상담하에 꾸준한 약물치료고 고려해야 합니다. 4) 규칙적인 운동  : 하루 한시간씩 일주일에 3회 이상 실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5) 지나친 음주 삼가  : 적당한 알코올 섭취는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나쁜 콜레스테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과음하는 경우  중성지방 의 농도가 증가합니다. 고 중성지방  혈증 주의 식품 어육류 및 해물류 :  지방 이 많이 낀 육류, 갈빌, 돼지삼겹살, 곱창 , 소시지, 베이컨, 새우, 낙지, 오징어, 햄 유제품 : 어란, 전유, 크림,초콜릿, 아이스크림 난류 : 달걀노른자 지방  : 버터,돼지기름, 쇠기름 곡류 : 크림빵, 도넛, 케이크, 라면, 스낵 간단한 피검사 ( 단식이 요구됨 ) 로 중성지방을 검사하는데 기타 신장과 갑상선 ,  당뇨와 비만으로 중성지방의 수치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중성지방은 감기 등의 미세한 염증으로도 증가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높으면 다시 한 번 측정해 보는 것이 좋다 [출처]   뱃살로 인한 고지혈증, 중성지방 줄이는 법 | 작성자   깨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