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집 맛난 얘기]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절구만두>
만두의 여러 기원설 가운데 제갈량 기원설이 있다. 남만정벌에 나선 제갈량은 적장인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았다가 일곱 번 놓아주었다는 그 유명한 칠종칠금(七縱七擒) 전략으로 이들을 제압한다. 촉군은 개선하는 길에 여수 강가에서 풍랑을 만난다. 이때 제물로 사람의 머리 대신 만두를 만들어 제사를 지내고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이다. 물론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을 쓴 나관중이 지어낸 허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이를 믿고 싶어한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제갈량의 인품과 지략을 만두의 기원과 연결시킨다. 남양주시의 <절구만두> 주인장 제갈한덕 씨는 제갈량의 65대손이다. 만두를 조상님이 만들고, 후손이 파는 격이다. 제갈량이 처음 만든 만두는 중국 남부에서 대륙을 지나 약 2,000년 뒤 이 땅에서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을까?
섣달 그믐날 저녁 만둣국이 있던 풍경
설날을 며칠 앞두면 집집마다 분주했다. 엿을 고고, 조청과 두부를 만들고, 튀밥을 튀기고, 가래떡을 뽑았다. 엄마들은 집안 청소에 이불 홑청까지 빨아 널었다. 아버지들은 땔감을 부엌에 충분히 들여놓고 동네에서 추렴으로 잡은 고기를 끊어왔다. 온종일 배가 불룩한 애들을 저마다 이발소에 다녀왔다. 그러다가 섣달 그믐날이 되면 동네가 오히려 조용해졌다. 밖으로 나다니는 사람이 확 줄었다. 이때쯤이면 집집마다 만두를 만드는 시간이다. 겉으론 조용해 보였지만 집 안에서는 분주했다. 부엌과 방마다 얘기꽃을 피우느라 시끌벅적했다. 동서, 자매, 시누이 올케, 고부 사이에 수많은 덕담과 정담이 오갔다. 만두를 만드는 시간만큼은 그 어떤 고부지간도 그 어떤 동서지간도 한 편이었고 동지였다.
설날을 며칠 앞두면 집집마다 분주했다. 엿을 고고, 조청과 두부를 만들고, 튀밥을 튀기고, 가래떡을 뽑았다. 엄마들은 집안 청소에 이불 홑청까지 빨아 널었다. 아버지들은 땔감을 부엌에 충분히 들여놓고 동네에서 추렴으로 잡은 고기를 끊어왔다. 온종일 배가 불룩한 애들을 저마다 이발소에 다녀왔다. 그러다가 섣달 그믐날이 되면 동네가 오히려 조용해졌다. 밖으로 나다니는 사람이 확 줄었다. 이때쯤이면 집집마다 만두를 만드는 시간이다. 겉으론 조용해 보였지만 집 안에서는 분주했다. 부엌과 방마다 얘기꽃을 피우느라 시끌벅적했다. 동서, 자매, 시누이 올케, 고부 사이에 수많은 덕담과 정담이 오갔다. 만두를 만드는 시간만큼은 그 어떤 고부지간도 그 어떤 동서지간도 한 편이었고 동지였다.
대게는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부엌 가마솥에서 우르르 물 끓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이내 만두 익어가는 냄새가 났고, 간장냄새와 방금 썬 파 냄새가 났다. 아이들은 동네의 당숙이나 재당숙, 이웃의 어른들을 부르러 집을 나섰다. 대낮처럼 안방 건넌방 사랑방 불을 밝히고, 방마다 푸짐한 만두 상이 펼쳐졌다. 왁자지껄한 집 안팎에 만둣국 김이 무럭무럭 오르면서 그믐밤이 깊어갔다.
맑은 한우 국물에 속 꽉 찬 만두, 불고기와 먹으면 만족은 곱절
<절구만두>의 만두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빚은 수제 만두다. 그런데 모양이 쪽 고르고 예쁘다 보니 기계만두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한쪽에 마련한 ‘어머니의 만두공장’에서는 주인장의 어머니와 장모를 비롯한 아주머니들이 번갈아 두 명씩 손으로 만두를 연신 빚고 있다. 이 집의 상호가 ‘절구’인 것도 직접 절구에 재료를 빻아 만두를 만들기 때문에 그렇게 지은 듯 하다.
<절구만두>의 만두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빚은 수제 만두다. 그런데 모양이 쪽 고르고 예쁘다 보니 기계만두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한쪽에 마련한 ‘어머니의 만두공장’에서는 주인장의 어머니와 장모를 비롯한 아주머니들이 번갈아 두 명씩 손으로 만두를 연신 빚고 있다. 이 집의 상호가 ‘절구’인 것도 직접 절구에 재료를 빻아 만두를 만들기 때문에 그렇게 지은 듯 하다.
만두는 크게 보면 그냥 한 가지다. 다만 외형에 따라 동그란 만두와 양 끝을 이어 붙이지 않은 반달 모양 두 가지가 있다. 반달 모양 만두는 군 만두용이다. ‘손만두국’(6000원)이 대표 만두 메뉴다. 만둣국의 육수는 한우로 만들었다. 한우 마구리뼈와 대파 양파 마늘 등 채소로 국물을 냈다. 젊은 층을 의식해서 그런지 국물이 아주 맑고 깔끔하다. 여기에 만두 5개가 들어갔다. 보기에도 큼지막한 검은색 도기에 5개의 만두가 푸짐해 보였다. 그러나 만두만 먹기엔 아쉬워하는 고객을 위해 ‘불고기주는 손만두국’(2인 이상, 9000원)을 준비했다. 한우 목심으로 만든 불고기를 1인당 90g씩 준다. 만두와 함께 먹는 불고기는 먹을수록 더 맛있게 느껴졌다.
- 불고기주는 손만두국
만두에 집중하는 만두 마니아를 위해 군만두(8개 6000원)와 찐만두인 접시만두(8개 6000원)도 마련했다. 만두 속이 꽉 차고 단단하다. 살짝 입 안에 생강 향이 은은하게 돌면서 잡내와 느끼함이 없다. 삭힌 고추, 청양고춧가루로 만든 만두 소스가 매콤하고 칼칼하다. 소스에 찍어먹으면 또 다른 만두 맛을 즐길 수 있다. 앞으로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김치만두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감동의 반전 ‘신발 책임집니다’
한우로 국물을 내고 직접 손으로 만든 수제 만두여서 원가가 제법 높을 것 같다. 그럼에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만두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집의 강점이다. 주말에는 포천 베어스 타운을 오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가급적 점심시간을 피해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한우로 국물을 내고 직접 손으로 만든 수제 만두여서 원가가 제법 높을 것 같다. 그럼에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만두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집의 강점이다. 주말에는 포천 베어스 타운을 오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가급적 점심시간을 피해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 보리강정, 미숫가루 등 셀프 디저트코너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출입문에 ‘신발...책임집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책임 못 지니 알아서 간수하라는 문구는 숱하게 봤지만 책임지겠다는 문구는 처음이다. 문득 제갈량의 도량과 지혜와 배려심이 떠올랐다. 주인장은 역시 제갈량의 후예였다.
<절구만두>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장현리 45-14 (031)527-5979
외부기고=글 이정훈, 사진 변귀섭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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